기묘하게 아름다운 순간

석양 아래 꽃을 들고 서 있는 청춘.


인생에는 절망도 있지만, 기묘하게 아름다운 순간도 있다.
좋은 일은 예전에도 일어났고,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에서 만난 글귀다.

이제 대학 졸업과 취업을 목전에 둔 세 청춘.

부모와 주위 어른들, 선배들에게 수많은 이야기와 충고를 들어서 앞으로의 삶이 어떨지 대충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걱정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기대가 앞서는 유쾌한 사람들이었다.


그날, 세 사람과 함께 공원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미리 정해둔 촬영 장소도, 준비한 구도도 없었다. 그저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하늘에는 아직 석양빛이 남아 있었다. 노랗고 붉은빛이 나무들 사이로 번지고, 땅거미는 발밑에서부터 어슬어슬 올라와 석양빛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함께 걷던 친구를 잠시 세웠다.

꽃을 든 채 서 있는 모습 뒤로 저녁 하늘이 펼쳐졌다.

얼굴은 어둠 속으로 조금씩 묻혀가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이상하게 아름다웠다.

밝음과 어둠이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잠시 머무는 시간.


나는 카메라의 노출을 올리지 않았다.

조금 더 밝게 찍으면 얼굴의 표정까지 선명하게 담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순간과는 달라질 것 같았다.

어둠을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의 빛과 어둠을, 있는 그대로 남기고 싶었다.

셔터를 눌렀다.

석양 아래 꽃을 들고 선 인물의 실루엣.




바닥에 고인 물도 우연히 발견했다.

그곳에 물이 고여 있을 줄은 몰랐다. 물 위에는 저녁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얘들아, 저기 가서 서봐. 물에 비친 모습까지 찍으면 예쁠 것 같아!”

세 사람이 물웅덩이 너머에 섰다.

석양빛과 세 사람의 모습이 물 위에 나란히 비쳤다.

다시 셔터를 눌렀다.

석양과 세 청춘이 물웅덩이에 함께 비친 모습.


우연히 마주한 풍경 앞에서, 그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카메라를 들었을 뿐이다.

그들의 앞날에도 힘든 날은 찾아올 것이다.

때로는 절망하고 좌절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 순간이 전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기묘하게 아름다운 순간도 계속 찾아올 테니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웃는 세 청춘.


답글 남기기

문학.사진.일상 | 문학의 여백, 사진의 깊이, 집의 온기

© 여운 · BY YEOWOON

여운의 다른 공간 | Brunch, Naver Blog, Instagram, Facebook,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