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머무는 자리

어두운 밤하늘의 밝은 달과 바다 위로 길게 이어지는 달빛.

나는 두려움과 공포 따위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어 왔다. 그리고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모든 것이 불안하고 두렵다. 불안해서 두려운 것인지, 두려움이 커져 공포가 되는 것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돌이켜 보면 불안은 이십여 년 동안 내 삶에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그 불안에 맞설 호기라도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부딪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불안함 따위는 개나 줘 버리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마흔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그 호기도 조금씩 사라졌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버티는 일조차 힘들 때가 있다.


때로는 숨이 차오른다.

언제 다시 암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애써 시작한 사업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인데도 걱정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하나를 떨쳐 내면 또 다른 걱정이 찾아온다. 아무 일도 없는 순간에도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가끔은 무엇이 가장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두려운 일이 많아진 것인지, 예전처럼 견딜 힘이 줄어든 것인지.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예전의 나는 힘들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았다.

가족에게조차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버텨야 가족들도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지쳤다.

괜찮은 척하는 일도, 혼자 견디는 일도.

언제부턴가 불안하고 초조한 날들이 계속됐다.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도 했고, 불안이 심해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아내도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내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그때 나는 아내에게 그동안의 불안과 두려움, 혼자 견디기 힘들었던 마음을 이야기했다.

말을 꺼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가족에게 의지하는 내 모습이 낯설었고,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야기를 하고 나니 조금은 후련했다.

아내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 위로가 고마웠고, 잠시나마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이 놓인 것도 잠시였다.

내가 걱정하던 일들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오히려 또 다른 마음이 생겼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서 아내에게까지 걱정을 안겨 준 것은 아닐까. 내 불안한 마음이 아내에게도 전해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그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아내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조금은 위로받았지만, 내 슬픔이 반으로 줄어든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까지 더해진 것 같았다.

슬픔도 나누면 배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다시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할 자신도 없다.

아내에게 조금씩 마음을 털어놓고 있지만,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은 그 방법밖에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힘든 마음만큼은 혼자 감당하려 했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 버텨 보려 한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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